김희수 개인전

《주름악보 Score of the Fold

  • 일시: 2024. 8. 15. () 8. 31. ()
  • 장소: 아트스페이스 보안 3
  • 운영시간: 12:00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Heesoo Agnes Kim Solo Exhibition

Score of the Fold

  • Date : 15. Aug. 2024 31. Aug. 2024
  • Venue : ARTSPACE BOAN 3
  • Hours : 12PM 6PM
  • Closed on Mondays
  • Free Admission

Credit

  • 주최/주관: 김희수 Heesoo Agnes Kim
  • 촬영/프로그래밍 : 김성일 Sungil Daniel Kim
  • 사운드 : 이주승 Juseung Lee
  • 세라믹/클레이: 김리진 Lijin Kim
  • 설치: 히요스튜디오 Heeyo Studio
  • 퍼포머: 김주희, 이지인, 양희연 Joohee Kim, Jiin Lee, Heeyeoun Yang
  • 효과: 유정은 Jeongeun Yoo
  • 텍스트: 김도희 Dohee Kim

 

  • Artist: Heesoo Agnes Kim
  • Photography/Programme : Sungil Daniel Kim
  • Sound: Juseung Lee
  • Ceramic/Clay: Lijin Kim
  • Installation Support : Heeyo Studio
  • Performer: Joohee Kim, Jiin Lee, Heeyeoun Yang
  • Effect: Jeongeun Yoo
  • Text: Dohee Kim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4년도 청년예술가도약지원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Sponsored by Arts Council Korea

시간의 주름을 찾아다니는 불면의 사제(司祭)

김희수 작가는 2019년 <녹색 광선을 찾아서>를 지나 2022년 그리고 2023년 까지, 낮과 밤 사이, 한 순간과 다른 순간의 연결고리, 땅과 하늘의 틈새에서 태어나는 극히 찰나의 신비한 빛 아우라의 목격자가 되어 잠을 미룬 채 지구의 광활한 지평선 곳곳을 누볐다. 2023년 의 시작, 거대한 둥근 겹 계단을 부감 시점으로 도는 장면(장소: 페루, Moray)은 2019년 <녹색 광선을 찾아서> 중, 말뚝에 매여 원을 그리며 도는 고단한 당나귀의 장면을 소환했다. 차이라면 점점 깊게 파였을 당나귀의 발굽 자국을 원형 계단식 논을 경작했을 농부의 노동이 파문처럼 넓게 확장되는 동시에 배꼽처럼 깊어지는 보다 큰 공간을 형성하는 우주적인 장면으로 대체했다는 것. 이런 회전운동은 자연 반복적 우주 시계를 떠올리는 동시에 무한한 반복 속에서 단 한 번도 똑같이 재생되지 않는 삶 경험의 의미를 생각하게 했다. 한순간도 같은 빛깔을 재현하지 않는 영상의 하늘빛을 보라. 내게 그의 영상이 전한 일련의 빛들은 너무도 근사해서 마치 지구가 새벽 꿈속에서 태양빛을 예감하는 환상을 환청과 함께 목격한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2024년 (주름 악보)에서 먼저 떠오른 것은 심미주의자의 미려한 곡조보다는 불면의 몸속 노고가 스며든 회전축, 관절 고유의 울림과 파동 같은 것이었다. 의 소금 사막을 배경으로 드문드문 놓인 주름진 흰 천 덩어리는 나에게 그의 튼튼한 팔꿈치 관절을 숨기고 있는 흰 셔츠의 주름에서 심한 불면증 (2022년 ) 에 잠 못 이루고 뒤척였을 몸을 덮은 하얀 침대 시트가 되었다가 *선잠의 수면 위로 돌출하여 얼음섬처럼 부유하는 ‘땀 젖은 무릎산’(소금산)의 이미지를 불러들였다.

녹색 광선을 발견한 작가가 또 다른 순례를 계속 이어가는 걸 보면, 그는 우주적 시간이 자기 신체에 깃드는 신선한 체험을 알아버린 나머지 신비의 순간을 ‘미끼’ 삼게 된 것 같다. 깊은 숲속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녹색광선을 기다리던 어느 날 밤, 몸 경계를 흐릴 정도의 암흑과 적막 속에서 낯선 짐승이 그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을 때, 공포의 비명을 질렀다는 그 순간은 잘 접힌 주름보다는 차라리 낯선 존재로 인해 자신의 낯선 몸이 태어나는 찢어짐이었다. 그리고 다가온 블루아워, 모든 동식물이 조용해졌던 경건한 푸른 시간은 앞서 탄생을 특별히 축하하고 새기는 ‘침묵의 경배’가 되었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우주적 무의식이 드러나는 시간, 시간의 장막이 열리는 찰나의 시각적 이미지 자체보다는 그 충격을 통과하며 자신의 몸에 피어오르는 새로운 진동과 생명력을 불현듯 알아차렸다. <주름 악보>는 한 무대의 막이 닫히고 다시 열리는 순간 같은 시간의 주름을 쫓던 그의 신체가 비로소 예감한 태기, 새로운 ‘질감’의 생명성에 관한 이야기다. 이러한 생명성은 시간의 주름을 밀어 올린 우주의 근원적 힘을 관절로 마주한 ‘몸의 통각’이자 흔적이면서 동시에 그가 예술을 지속하는 동력이 되었다. 숲속 경험 이후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요가 동작은 호흡을 몸 전체에 깃들이려 필연적인 고통을 동반한다. 2023년 <빛소리춤>의 태양경배자세 등의 요가 동작과 삶에서의 의미 있는 사건 (주름)에서 착안한 다양한 자세는 삶을 낳는 우주적 의지와 산통을 감내하는 신체가 되어 시간의 관절을 재현하는 동시에 경배하는 것이다. 에서의 카메라 앵글이 퍼포머의 몸을 덮은 얇은 베일처럼 하늘과 지평선, 그리고 수면을 부드럽게 훑어 겹치고 더듬으며 우주의 메아리이자 시간의 ‘숨결’을 고요히 전했다면, <빛소리춤>은 하늘과 수면 틈새에 몸을 겹치고 그 시간의 골기骨氣와 빛의 파도에 조응하며 무늬 주름을 신체화하는 ‘춤결’이다. 그렇다면 2023년 는 빛의 파도를 표면에 겹겹이 갑골문처럼 새기며 자라난 외골격, 조개 껍질이 아닐까? 빛 입자가 재배열되어 무수히 변해가는 우주적 시간과 바람, 낯선 존재들과의 충돌(경험)은 그의 신체 관절 속을 맴돌아 무늬 주름으로 헤엄치는 반향어(漁+語)를 신체의 심해에 그렸나 보다. 자연의 소리와 종소리, 그리고 시간성이 연상되는 디지털 음향과 침묵의 반복은 의식의 심해로 끌어당기는 만트라다. 그 속에서 재생되는 5채널 다매체 영상작업 2024년 <주름악보>는 의식의 심해(암흑)에 뚝! 떨어진 한 줄기 빛의 몸이 자신의 파문(외부와의 상호작용)을 품는(먹는) 동시에 펼치고 피어나는(뱉는) 생명작용에 관한 엑스레이처럼 보인다. <주름 악보>는 그런 과거의 그림자와 미래의 빛 사이에서 몸과 관절로 끌어안은 현재의 ‘진동’을 파문(무늬)과 음파(소리)로 전하는 것이다. 작가는 우주적 시간과 자연의 힘이 자신의 신체에 스며드는 개인적 체험을 예술적으로 해석하였다. 관찰자의 시점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펼치는 렌티큘러 2024년 로 목격자의 시선과 위치에 의해 나타나는 대상성을 암시하듯, 작가는 그의 예술을 사유하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 각자가 스스로의 관절을 일으켜 시간의 주름을 발견하고 자신의 고유한 생명력을 끌어안고 발견할 것을 권한다.

*선잠:깊이 들지 못하거나 흡족하게 이루지 못한 잠

글. 김도희

1. 김희수 <C# Horizon> 2024, Archival Pigment Print, Diasec, 36×50.4cm

2.김희수 <S.S.S Explorer> 2023-2024, 4K Video, 5.1channel Sound, 12min 52sec

3. 김희수 <S.S.S Explorer> 2023-2024, 4K Video, 5.1channel Sound, 12min 52sec

4. 김희수 <Folding Screen>2024, Lenticular, Wood installation, variable size, 250x168cm

5. 김희수 <Score of the Fold> 2024, Five channel video, stereo sound installation, 6min 54sec

6. 김희수 <Score of the Fold> 2024, Five channel video, stereo sound installation, 6min 54sec